결심산업
2012년 10월 12일 나의 금연시작일이다. 금연한지 약 3개월이 된 것이다.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. 특별한 계기로 금연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. 문득 담배 한 대를 피우다가 담배 한 대를 피우며 보내는 시간이 약 10분 정도가 된다는 생각이 들자 그럼 평균 하루 한 갑(20개)을 피우니 난 아무 쓸모가 없는 담배를 피우는데 약 200분 극단적으로 24시간 중 3시간이 넘도록 담배만 피운다고 생각하니.. 약간 허탈해지며 15년 넘게 피운 담배를 이젠 정리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. 이전에도 금연을 하려고 생각했던 적은 한두 번 있었다. 하지만 그땐 스스로 금연할 수 있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한 번 해볼까? 하는 생각에 하루 이틀 담배를 안피웠었다. 당연히 금연에 성공할 리가 없었다. 왜냐하면 사실 난 담배가 몇 개 없으면 불안한 마음에 야심한 밤에라도 담배를 사서 탄알을 미리 준비해둬야 잠이 왔을 정도니 말이다. 물론 술 마실 때에는 더 많은 담배를 피웠다.
새해를 맞으면 금연 결심을 한 번쯤 한다. 실내 금연을 선포한 식당과 카페가 늘어나고, 사내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기업이 많아진 세태 변화도 한 몫하고 있기 때문이다.
새해들어 금연을 작심한 사람들이 늘어나자 편의점에서 담배 매출이 5% 가까이 떨어졌다고 한다. 반대로 껌과 사탕은 지난달보다 20% 넘게 더 잘 팔린다고 한다. 보건소가 여는 금연 클리닉도 인기다. 지난해엔 하루 평균 1600여명이 보건소를 찾았는데 올해 1월에만 날마다 2100여명이 몰려와 금연 보조제를 타 갔다. 나 역시 금연결심이 선 후 보건소를 찾아 금연보조제를 제공 받았다.
보건소에서 제공해주는 금연 보조제는 파이프와 니코틴껌과 니코틴패치 두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하여 패치보다는 껌이 좋을 것 같아 니코틴껌을 선택하였다. 하지만 이 니코틴껌은 한 개를 반으로 잘라서 씹어야 하는데 자르기가 너무 불편하였다. 개선을 조금 하여야 할 것 같았다. 어쨌든 파이프와 니코틴껌 두 가지를 받아서 돌아와 금연을 시작하였다. 아~ 그리고 구강청정제도 하나 받았다.
결심산업이란 유독 연말과 연초에 잘나가는 제품과 서비스를 말한다. 금연초를 비롯해 외국어교재, 운동기구, 다이어트 보조식품이 평소보다 30% 넘게 더 팔린다. 최근 주식시장에선 KT&G 주가가 떨어진 사이 헬스케어와 자전가 업체 주가가 올랐다. 결심산업은 ‘지어 먹은 마음 사흘을 못 간다.’는 작심삼일 덕분에 결코 망하지 않는다. 요즘엔 작심이 석 달은 가는 모양이다. 늘 1월에 줄었던 담배 매출이 3월엔 예년 수준으로 늘어난다고 한다.